お前はどうだ/長文

 

 

곤란한가요? 팔방미인의 그녀가 개그만화의 히로인인 것은?

 

w/hakano

 

 

 

 

 

 

 

 

키하라 미치루의 일상은 언제나 평범한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녀가 지구의 이곳저곳을 방랑하던 때에도, 막 이 거리에 정착했을 때에도, 개인 샵의 사장이 되어 나쁘지 않은 수익을 버는 지금까지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것은 양이전쟁 직전의 겨울부터 시작된, 어쩔 수 없는 히로인 포지션의 굴레일지도 모른다. 길게 꼬아 썼으나, 메타적으로 요약하자면 사카타 긴토키와 같이 지내며 매일같이 마치 개그만화 같은 일을 겪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미치루가 정오 언저리에 가게를 잠시 닫고 식사를 하러 우동 집에 가면, 그곳에는 긴토키가 있다. 새우튀김 우동을 금세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그를 보며 카레 우동을 먹으면, 어쩐지 근처의 시선들이 자신을, 정확히는 자신과 긴토키를 보고 수군거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를 가면, 그곳에는 긴토키가 있다. 당신, 아까까지 식당에 있었잖아?! 하고 츳코미를 걸려고 하면, 그러고 보니 긴토키 씨, 나보다 조금 더 빨리 가게를 나갔던 것 같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납득하는 자신이 있다. 이것에 대해 더 설명하면 제4의 벽을 부수게 되므로, 알 수 없는 개그만화의 메타적인 인도에 따라, 미치루는 그저 카운터 앞 자리에서 파르페를 퍼먹고 있는 긴토키의 옆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투 샷을 주문했다. 흘깃 긴토키를 바라보면 그는 과일이 모조리 사라진(당연하게도 그의 입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는 맛있는 건 제일 먼저 먹는 타입이니까) 과자 조금과 크림뿐인 파르페를 천천히 음미하며 먹고 있는 것이다.

 

 

 “……질리지 않아요? 맨날 파르페만 먹으면.”

 “그래서 오늘은 생과일 파르페를 먹었잖아. 평소에는 딸기 초콜릿 파르페만 먹는데, 모처럼 메뉴를 신경써서 바꿔 본 거라고.”

 “아, 네…….”

 

 

영혼 없는 대답. 그리고 무의미하게 울리는 파르페 컵과 철제 스푼의 마찰음. 그런 의미 없는 대화를 하고 있으면,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커피를 가져왔다. 바로 앞에 시럽 통이 있음에도, 미치루는 투 샷이 들어갔을 아메리카노를 생으로 입에 머금어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런 미치루를 빤히 보던 긴토키는 시럽과 그녀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마침내 곱씹던 질문을 입에 담고야 마는 것이다.

 

 

 “미치루, 도M이야?”

 “흡.”

 

 

마시던 커피를 뿜을 뻔했으나, 자신도 어느 정도 이러한 세계의 불문율에 익숙해진 덕분에 미치루는 무사히 커피를 식도로 흘려보낼 수 있었다.

 

 

 “대관절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거 뭐냐, 커피를 시럽도 안 타고 먹잖아. 쓴맛은 통각이라고.”

 “무슨 소리야?! 커피를 그냥 마시는 건 개인 취향이거든요?! 그리고 통각은 쓴맛이 아니라 매운맛이라고요!”

 

 

……바보같은 대화가 이어졌다. 호시탐탐 미치루 쪽의 시럽을 노리던 긴토키는, 은근슬쩍 그것을 가져가더니 제 파르페(였던 것. 지금은 살짝 녹은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과자만이 남았다)에 대고 펌핑했다. 그렇게 대여섯 번 시럽을 짜내면, 한 번 시럽이 들어갈 때마다 더해가는 경멸의 표정을 얼굴에 담는 미치루가 있다. 미치루가 그러든지 말든지, 긴토키는 시럽이 올라간 크림을 입에 넣었다. ……보기만 해도 혀가 아릿해. 애초에 파르페에 시럽을 뿌려 먹는 사람이 어디 있어……. 미치루가 그런 생각을 떠올릴 때면, 긴토키는 우물거리던 크림을 삼키고 미치루를 바라보며 진중하게 말하는 것이다.

 

 

 “미치루. 알고 있어. 한 번 내세운 의견을 철회하는 건 힘든 일이지. 특히 그 상대가 가까운 사람일수록, 정정하는 것이 부끄러울 수 있어. 그렇지만 나는 네게 기회를 주고 싶어.”

 “무슨 소리예요 이건 또?”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긴토키에게 미치루는 되물었다. 그러면 긴토키는 굉장히 뿌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 파르페, 먹고 싶은 거지?”

 “하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이 파르페, 먹고 싶은 거지?”

 “못 들은 게 아니니까 새삼스럽게 반복하지 마!”

 

 

결국 츳코미가 나오고야 만다. 긴토키는 눈을 꾹 감고 연설하듯 말을 이어갔다.

 

 

 “아까부터 긴 씨를 보지 않고 파르페만 보고 있잖아. 단 건 싫다고 줄곧 말했으니, 지금 와서 사실은 파르페가 먹고 싶었어요~ 같은 말을 하면 부끄럽겠지. 그러나 괜찮아. 긴 씨는 그런 걸로 너를 조롱하지 않아.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 중 나쁜 사람은 없으니까.”

 “아……, 네에.”

 

 

영혼 없는 대답. 미치루가 말끝을 흐리며 한숨을 쉬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긴토키는 파르페를 한 스푼 뜬 것을 미치루의 입에 쏙 넣어버렸다. 반사적으로 그것을 삼킨 미치루는 제 커피가 든 잔을 들어 입에 응급처치용의 쓴맛을 가득히 머금었다. 커피가 닿지 않는 쪽으로부터 극강의 단내가 느껴져 미치루는 남은 커피를 기울여 긴토키의 파르페 잔에 모두 부어버렸다.

 

 

 “미치루—!! 뭐 하는 짓이야!!”

 “뭐 하는 짓이냐고 물어야 할 건 저거든요?!”

 

 

이런 걸 잘도 먹는구나. 크림을 겨우 한 입 먹었을 뿐인데도, 니글거리는 이 느낌은 결코 긍정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와중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긴토키가 커피에 절여진 아이스크림을 떠먹었고, 10초 전의 미치루와 같이 긴토키는 콜록이기 시작했다.

 

 

 “음식 가지고 장난 치는 거 아냐!”

 “긴토키 씨가 먼저 시작했잖아요!!”

 “긴 씨는 그런 기억 없는데?”

 

 

힘을 주어 서로를 힐난하는 두 사람은, 레스토랑에서 연주를 시작하는 피아니스트의 무대마냥 카페 내의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 시선을 느낀 둘은, 자연스럽게 다시 의자에 앉아 손을 잡았다. 손을 잡았다는 것은 무언가 깊은 의미의 비유가 아니었고, 정말로 손을, 서로의 맨손을, 두 사람이 잡았다는 뜻이었다. 짐짓 진지한 표정을 하며 맞잡은 손을 보던 긴토키가 먼저 입을 열었다.

 

 

 “휴전이다. 평화 협정을 하자, 미치루.”

 “애초에 긴토키 씨가 제게 무슨 당뇨 신칸센같은 음식을 먹이니까……. 아니에요. 평화 협정에 동의해요.”

 

 

그리고 맞부딪치는 긴토키와 미치루의 손을 보며, 카페의 객들은 자연스럽게 아까의 모습으로 돌아가 커피 젤리를 떠먹거나, 홍차를 마시며 자신들의 이야기로 돌아갔다.

 

 

……아무튼 미치루의 나날은 이런 텐션이다. 이상할 만큼 긴토키와 자주 마주치는 것은, 두 사람의 취향이 같다거나 한쪽이 한쪽을 스토킹하거나의 이유는 아니었을 터다. 앞서 말했듯, 이 화제는 길게 말하면 차원을 넘어가 설명하게 되니 미치루는 그저 입을 다물고 값을 치른 후 제 샵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긴토키가 있……아니다. 없었다. 당연하다. 가게는 방금까지 잠겨 있었고, 그것을 막 푼 것이 지금의 자신이니까. 예약 손님이 오려면 아직 시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 청소라도 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샵의 뒷문으로 들어가 에이프런을 미용의 목적으로 걸치고, 미치루는 다시 가게로 돌아왔다. 돌아온 그곳에는, 긴토키가 있다. 그는 출입구 옆의 소파에 앉아서 미치루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에?”

 “뭡니까, 키하라 씨. 손님을 보고 놀라면 어떡합니까.”

 

 

빙글빙글 웃으며 장난스레 도발하는 긴토키를 향해, 미치루는 쉬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미치루의 말문을 막히게 한 그것은 어떠한 감동이나 애정을 표방한 감정이라기보다는 정말로 순수한, 고양이를 죽일 만큼의 호기심에 가까웠다. 이쯤 되면 또다시 설명해야겠으나, 제4의 벽은 (ry 아무튼 그러해서 (ry 그렇게 된 것이다.

 

 

 “왜요. 천연 파마라도 풀고 싶어졌어?”

 “할 수 있어? 이 머리카락은 보통 천연 파마가 아니라고.”

 

 

그리고 긴토키의 말은 제 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미치루로서는 그냥 넘기기 힘든 주제였다. 미치루는 도전정신에 불타 자신 있는 표정으로 긴토키를 쏘아보았다.

 

 

 “그야 당연히 할 수 있지! 이쪽에 앉아주세요. 시간은 좀 걸릴 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시작된 미치루의 천연 파마와의 혈투는, 과연 눈물겨운 일대기에 가까웠다. 스트레이트로 파마를 풀어내려 고대기를 대면, 머리카락은 정확히 3초를 기다렸다가 다시 말려버렸다.

 

 

 “이거 제법 짜증나네?!”

 “그렇다니까? 괜히 내가 키하라 씨를 놀리려고 그런 말을 한 게 아니야.”

 

 

그나마 오늘은 날이 쨍쨍해서 망정이지, 비라도 오면 진짜로 처치곤란이라고. 투덜거리는 긴토키의 머리카락에 파마약을 바르며, 미치루는 입을 꾹 닫고 있었다. 무언가 불쾌한 것은 아니었고, 다만 눈앞의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서일 따름이었다.

 

 

어느 정도 파마약을 넓게 발랐다 싶을 즈음, 미치루는 긴토키의 머리에 캡을 씌우고 드디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대로 좀 기다려야 해요. 중간에 아마 예약 손님이 올 건데, 파마약은 조금 방치해야 하는 것이니 적당히 소파에라도 앉아 있어요.”

 “방치 플레이는 긴 씨의 주력이 아닌데.”

 “미용실에서 방치 플레이라는 용어 쓰지 마세요!”

 

 

평소의 츳코미를 걸던 미치루와는 전혀 다른, 프로의 모습을 한 미치루는 긴토키로서는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옛날의 미치루와도 다른 그 당당한 태도는, 그녀의 성장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어렸던 그녀는 방황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가치관이나 인생관 따위조차 없었던 그녀의 방랑기를, 사카타 긴토키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야, 키하라 미치루는 그 눈에 눈물이 맺히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여자니까. 정말로 그녀가 울어버렸을 때는 되레 당황해 버렸지만.

 

 

 “……미치루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갑지기 무슨 소리예요?”

 

 

긴토키는 머리를 휘휘 저으며 얌전히 소파에 앉았다. 미치루가 가게 내부를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거나 기기 세팅을 하는 등 조금 시간이 지나면, 과연 이름은 모르지만 가부키쵸의 거리에서 흔히 마주치던 누군가가 가게에 들어와, 익숙하게 좌석에 앉았다. 미치루는 가위와 빗을 들고 손님의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한편, 가벼운 스몰 토크를 하며 업에 지장이 가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웃거나 하며 수다를 떨었다.

 

 

옛날부터도 미치루는 미인이었지만, 그 속알맹이는 과거로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살아오며 완연하게도 긍정적인 쪽으로 발전해 온 것 같았다. 그녀는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쉬어갈 수 있는 집 따위는 당연하게도 없는, 그런 어린아이였다. 전쟁은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으나 홀로 가출한 미치루에게는 특히 더 날카로이 상흔을 남겼다. 그랬던 미치루가 지금은 제대로 한 사람 몫을 하며, 자신의 바로 근처에서 살아가고 있다. 키우던 행운목이 처음으로 꽃을 피운 것처럼, 긴토키는 답잖은 감상에 빠져 멍하니 미치루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샵의 조명 아래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한편 미치루는 손님에게 집중하며 머리를 다듬고 있었는데, 대화의 주제가 ‘연애’로 흘러가면서 조금 난감한 입장이 되었다.

 

 

 “미치루 씨는 사카타 씨와 교제하시는 건가요?”

 

 

정정한다. 많이 난감한 입장이 되었다.

 

 

 “그럴 리가요. 긴토키 씨가 저와 교제하려면 홀로 동굴에서 삼천 년은 더 수련해야 급이 맞을걸요.”

 

 

그 대답에 손님은 미심쩍다는 듯 곧바로 되물었다.

 

 

 “하지만 두 분, 늘 같이 붙어다니시지 않나요?”

 “그건……, 네, 그런데…….”

 

 

반박할 수 없는 말에 미치루는 괜스레 긴장하여 가슴이 쿵쿵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사귀는 건 아니에요. 어쩌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자주 마주칠 뿐…….”

 

 

손님은 여전히 의심하는 표정이었다. 가부키쵸의 40대 아주머니는 부녀회 등으로 소식에 능했고, 당연히 긴토키와 미치루의 티격태격하는 일상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것이었다. 혹은 개그만화의 엑스트라로서 전지적 시점을 빌려 그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키하라 미치루가 사카타 긴토키를 진심으로 싫어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미치루는 타인의 입에 오르내릴 일 없이 조용히 제 업에 집중하여 살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둘러볼 만큼 둘러보고, 새로이 느낀 것도 많은 것이 이 세상이다. 이제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에 의존해 충동적으로 사는 것도 졸업한 지 오래다. 어른스럽게, 지금 정착한 가부키쵸에서의 삶은 부족함 없이 풍족하다. 누가 보아도 나쁘지 않은, 오히려 괜찮은 품질의 삶이다. 그럼에도 미치루는 사사건건 자신과 맞붙는 사카타 긴토키와 갈라설 수 없었다. 단순한 정 따위에 휘둘리는 나이는 이미 지났겠으나, 그러나……, 긴토키와 함께라면, 어쩐지 자신은 어린아이로 돌아가 버리는 것만 같았다. 바보 같은 농담에 기분 좋게 웃고, 같이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르고, 꼭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만 같은 이 나날에, 미치루는 이미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매료되어 있었다. 가끔은 한량 같지만 허투루 뱉은 듯한 말에는 모두 충분한 다정이 맺혀 있었으니까. 거기다 더하여 그 눈빛에서 자주 스치는 근원을 모를 가학심마저도, 미치루는 사랑하게 되어버린 것이었다.

 

 

 “이 정도면 됐을까요? 기장이라거나, 컬 같은 것이…….”

 “네, 뭐어, 키하라 씨라면 굳이 확인 안 하셔도 실력이 좋으시니까.”

 

 

카운터에서 값을 치른 손님은 빠른 속도로 가게에서 멀어져 갔다. 그제서야 긴토키에게 다가간 미치루는, 그가 기다리다 못해 소파에 앉은 채로 잠든 것을 발견했다.

 

 

 “긴토키 씨. 슬슬 머리 감아야 할 시간이에요. 천연 파마가 싫어서 탈모를 유발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에요.”

 “히익—! 좀 더 부드럽게 깨워줄 수는 없는 거야?!”

 

 

나름 부드럽게 깨운 거라고요. 그리 투덜거리며 미치루는 손을 뻗어 긴토키의 소맷자락을 잡았다. 그대로 머리를 씻기 위해 긴토키를 안내하여 샵의 안쪽으로 데리고 가고 있자면, 긴토키는 미치루의 손에 잡힌 제 옷자락을 힘을 주어 빼내고, 그녀의 손에 제 손을 겹쳤다. 갑작스레 닿은 단단하고 거친 손의 감촉에, 미치루는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가, 갑자기 뭐예요! 놀랐잖아요.”

 “아니 뭐, 아까 키하라 씨가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길래.”

 

 

잠든 것이 아니라 자는 척한 거였나. 미치루는 아까의 대화를 다시 떠올려 보았다. ……어떤 부분도, 긴토키에게 결코 들리게 하고 싶은 말은 아니었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오르면, 긴토키는 이어서 말했다.

 

 

 “뭐, 됐어. 미움받는 것보다야 사랑받는 것이 좀 더 속 편하잖아.”

 

 

웬일로 그다지 히죽히죽 웃지 않고 진지하게 간단히 결론을 내린 긴토키는 얌전히 의자에 누워 미치루의 손길을 받았다. 미지근한 물이 약을 씻어내면, 머리는 아까보다는 조금 덜 곱슬거리는 상태였다.

 

 

 “……이거, 왜 안 펴지는 거예요?”

 “나도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여전히 붉은 뺨을 한 채로 괜히 머리에 시비를 걸던 미치루의 심정을 알고 있는 것인지, 긴토키는 가벼운 장난조차 일체 하지 않았다. 이건 이것대로 불편하다. 평소처럼 웃어넘기고 싶은 화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손에도 자연스레 힘이 들어가 머리를 향하던 물이 긴토키의 얼굴로 튀었다.

 

 

 “으악! 미치루, 날 익사시킬 셈이지!”

 “익사시키겠어요?! 제가?!”

 

 

그제야 미치루는 웃을 수 있었다. 개그만화의 히로인다운 말간 웃음을 만면에 띄우고, 미치루는 걸려있던 수건을 꺼내어 물기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終

DALB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