お前はどうだ/長文

무너지고 기워버린 세계와 무수히도 기민한 당신을
w/hakano
 
 
 
 
 

 
 
구룡성채의 가장 위에는, 사람을 몇이고 죽여온 죄인이 살고 있다. 그런 소문을, 도시의 아이 들은 분명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한데 모아 엉킨 폐건물을 어떻게든 오르고 오르면, 그 최 상단에는 ‘백야차’라고 불리는 위험한 것이, 검을 뽑아 들고 배회한다는 소문이다. 그것은 꼭 아편굴의 연기와도 같이 일파만파 흩뿌려진 소문이니까, 한 번 그것의 표적이 된다면 어떠한 그저 구룡성채를 구성하는 유해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된다는 소문까지도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었다.
 
 
그리고 키하라 미치루는 바로 그 구룡성채에 자리를 잡은 사람 중 하나였다. 제 목숨이 아까 운 자들이 떠나고 남은 빈 건물에, 그녀는 둥지를 틀었다. 이곳의 소문을, 최상층의 소문을, 그녀로서는 그다지 무서울 것이 없었다. 본래 방랑자이고 무엇보다도 이 나라에서는 분명 범 죄로 치부될 일을, 그녀는 방황하는 생애 가득히 해내었으니까. 누군진 몰라도 ‘백야차’가 그 저 소문의 살인귀와도 같은 사내가 아닌 숨을 쉬는 멀쩡한 사람이라면, 어쩌면 본질적으로는 자신과 크게 다를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미치루는 떠올린 적도 있었다. 그는 그저 자리를 잡았을 뿐일지도 모른다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자신을, 폐허의 위에 몸을 올려 하여금 익숙하고도 무뎌진 고독감을 토해내어 타인의 접촉을 피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고…….
 
 
오늘도 미치루는 양손에 커피가 든 물통과 고기가 들어간 만두를 들고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만 같은 건물로 돌아가고 있었다. 전기는 켜져 있는 시간인 오히려 드물 만큼 잦게 끊기지만 베란다가 유난히 넓은 집은 쏟아지는 햇빛을 운 좋게도 받아내고 있어, 아주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무엇보다 방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미치루에게 있어 꽤나 이점으로 작용하 기도 했던 터다. 주거지가 없는 이에게 공짜 숙소는 최고의 아지트다. 가끔 쥐나 바퀴벌레 등 의 불청객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였으나, 미치루는 그다지 그들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사 온 만두와 작일 마시다 남은 캔맥주를 입에 넣고 삼킬 뿐이었다.
 
 
이 구룡성채에서 미치루가 유일하게 흥미를 느끼는 것은 소문의 백야차 뿐이었다. 그에 대한 소문은 가만히 단칸방에 앉아있기만 해도 방음이 되지 않는 벽을 넘어서 매번 들려왔다. 입에 서 입으로 그 이야기가 타고 나를수록, 미치루가 생각하기에 그의 모습은 슬슬 귀신에 가까운 형태를 하게 되었다. 키가 8척인데, 어린아이를 마주하면 그 아이를 잡아먹고, 여자를 만나면 반드시 범하며, 마주친 것이 남자라면 단칼에 목을 베어버린다는 소문은 확실히 인간을 지칭 한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내용들 뿐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에 미치루의 흥미는 날이 갈 수록 더해졌다. 뜬소문이나 괴담 따위는, 사실은 화자의 시선에 따라 같은 대상을 이야기하더 라도 천차만별의 문장이 나올 수 있음을 미치루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미치루는 제 방을 나와, 길게 이어진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 다소 충동적인 행위이 긴 했으나 한 번 정도는 그 백야차의 얼굴을 마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특히 자신처럼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에게는. 저벅이는 발소리에 방금까지도 떠들고 있던 어느 방의 객들은 조용해졌다. 어쩌면 나의 발소리를 그 백야차의 것이라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 게 생각하면 미치루는 어쩐지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 되어, 옥상까지의 계단을 올랐다. 가동 중인 엘리베이터 따위가 이 성채에 있을 리가 없었으니. 체력이 나쁘지 않은, 오히려 건강한 쪽에 속하는 그녀로서도 오로지 걸어서 최상층에 도달하기는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밑창이 해진 운동화는 오래 신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곳저곳에 굳은살이 배겼다. 호흡이 가빠져 계단 의 봉을 쥐면, 손에는 미끌거리는 곰팡이의 감촉이 남아 도저히 다시 그것을 잡을 엄두 따위 는 나지 않았다.
 
 
그렇게 몇 층을 올랐을까. 지금까지의 ‘객실’과는 다른 문이 보여 미치루는 드디어, 라고 생각 하며 그것을 열었다. 그리고 미치루가 본 것은…….
 
 
“……누구신지?”
 
 
그다지 외견상으로 특별할 것 없는, 은발의 남자였다. 입에 문 것은 담배일까? 이 옥상에 살 면서 잘도 기호품을 가지고 있잖아……. 하얀 셔츠는 그을린 구석이 있지만 위생을 해칠 정도 는 아니고, 무엇보다 그 인상은 굉장히 선량해 보였다. 그 정도의 감상이었다. 그를 제외한 사 람은 애초에 이 옥상에 있지도 않았다. 아이를 잡아먹거나 여자를 범하거나 하는 일은 전혀 모를 것 같은 그 얼굴을 마주하자, 미치루는 어쩐지 저도 모르게 안심하고야 말았다.
 
 
“……애초에 백야차 같은 건 없었을지도.”
 
 
“혼자 뭘 중얼거리는 거야? 긴 씨도 이해할 수 있게 좀 풀어서 말해줄래, 아래층의 여성분께서는.”
 
 
조금 풀어진 얼굴로 웃는 미치루를 보며, 그는 천천히 말을 덧붙였다.
 
 
“아, 계속 아래층의 여성분이라고 칭하면 쓸데없이 용량이 커지지. 이름이 어떻게 돼, 누님은?”
 
 
“메타 발언 하지 마세요! 키하라 미치루예요. 당신은?”
 
 
“사카타 긴토키.”
 
 
순조로이 통성명을 하면, 미치루는 정말로 긴장이 풀려 그의 곁으로 슬쩍 다가가서는, 곱슬거 리는 머리카락에 슬쩍 손을 대 보았다.
 
 
“이거, 혼자 한 거예요?”
 
 
“아니. 굳이 말하자면 우리 어머니가 한 거지. 선천적인 거라서.”
 
 
“신기하다…"
 
 
미용이라면 또한 미치루의 분야였기에, 이거, 악성곱슬이죠? 따위의 말을 하면 긴토키는 힘없 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맥없는 움직임은 정말로 포식자의 그것으로는 보이지 않아서, 많은 소문이 그저 흥미를 위해 부풀리고 부풀려진 것이었음을 미치루가 자각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있죠, 아래의 사람들은 당신을 백야차라고 불러요.”
 
 
그 말에 긴토키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다만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같은 것)를 떼어냈 다. 그제서야 미치루는 그것이 연초가 아닌 사탕임을 알았다.
 
 
“알고 있어. 이런 아저씨한테는 너무 과한 호칭이라고도 생각하고.”
 
 
“긴토키 씨, 저랑 의외로 마음이 잘 맞네요.”
 
 
“못되게 말하지 마! 상처받으니까!”
 
 
이런 곳에 살면서 멘탈 헬스는 용케 상태가 나쁘지 않네……. 그렇게 생각했으나, 이번에는 말하지 않고 삼켰다. 이 남자와 일회성으로 만남을 끝내는 것은, 어쩐지 아쉬웠다.
 
 
“엄청 뜬금없는 이야기인데, 해도 돼요?”
 
 
“방금까지도 그래왔잖아? 좋을 대로 해.”
 
 
“아직 마주한지 10분도 안 된 사람에게 할만한 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한데…….”
 
 
“할 거잖아?”
 
 
“에스퍼예요? 잘도 아네……. 아무튼, 앞으로도 긴토키 씨를 보러 여기에 와도 돼요?”
 
 
그 목소리에 녹아들어 있는 것은 발랄한 애정이었다. 이 구룡성채에서 결코 채우지 못하던 타 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빈자리를, 긴토키는 쉽게도 미치루에게 마련해 주었던 것이다. 어느새 해가 떨어져 노을이 지는 하늘을 보며, 미치루는 긴토키를 쭉 바라보며 말했다.
 
 
“안 된다고 해도 올 거니까, 대답 안 해도 돼요. 그럼!”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미치루는 옥상의 문을 열고 더 어두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기 전에 집에 돌아가기 위해 후다닥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그 뒤에서 긴토키는 폭풍이 지나간 듯한 분위기를 만끽하며, 평소와 같이 낡았으나 적당히 쓸만한 소파 위에 누워 막대사탕을 깨 물어 부수었다. 굳은 파편에서는 오렌지 맛이 났다.
 
 
이후로 미치루는 정말로 성채의 옥상에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선물이라며 작은 컵에 소분한 커피를 나누어 줄 때도 있었으나, 긴토키가 그것을 맛보고는 쓰다며 입 안의 액체를 뿜어버려, 그 다음부터는 작은 사탕이나 초콜릿 따위로 선물의 메뉴를 바꾸게 되었다,
 
 
“이런 곳에 살면서 기호품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아?”
 
 
“그렇죠? 그러니 저한테 잘하세요.”
 
 
최근 두 사람의 대화는 대체로 이런 텐션이었다. 그다지 실속 있는 말은 대화의 1할조차도 비 중을 차지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입을 여는 것만으로도 정말로 즐거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미치루는 미치루대로 늘 쏘다니는 인생에 정기적으로 마주할 사람이 없었기도 했고, 긴토키는 애초에 이 옥상을 빠져나가지 않는 것인지 언제 문을 열어도 맥없는 목소리로 미치루의 이름 을 입에 담고는 했다.
 
 
미치루는 그 의문을 직접 풀어보려 한 전적이 있다.
 
 
“긴토키 씨는, 늘 여기에만 있어요?”
 
 
“왜. 미치루도 나를 완폐아로 보는 거야? 어떤 긴 씨라도 사랑해 줄 수 없어?”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이에요!”
 
 
물세례를 맞은 작은 새처럼 미치루는 파드득 놀라서는 항변했다.
 
 
“응. 사실 난 이 성채를 수호하는 수호신……, 뭐 비슷한 거라서.”
 
 
“아, 네…….”
 
 
“못 믿는다는 눈치네.”
 
 
국어책을 읽는 듯한 문장에 미치루는 영혼 없는 대답으로 응수했다. 긴토키 역시 그다지 밀고 나갈 설정은 아니었는지 금세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와 평소처럼 막대사탕을 와작와작 씹을 뿐 이었다.
 
 
“오늘은 무슨 맛이에요?”
 
 
“딸기 맛.”
 
 
그런 잡담을 나누고 있으면, 미치루는 문득 긴토키의 바로 옆까지 다가가, 슬쩍 그 옆자리에 앉아 보았다. 언제나 자신과 긴토키의 거리는 대화 중임에도 멀었기에, 처음에 미치루는 그가 타인의 존재를 싫어하는 것일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게 아니라 그냥 움직이는 것이 귀찮아 서 그렇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자신의 선해에 조금 열이 받기도 했다
 
 
“있죠, 긴토키 씨.”
 
 
“네, 키하라 씨.”
 
 
“딱딱하게 부르지 마요.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잖다요. 그보다……부탁이 있는데.”
 
 
그렇게 말하고 미치루는 긴토키를 올려다보았다. 하얀 뺨에 붉은 기가 올라와, 꼭 익은 과실 과도 같은 모양새였다.
 
 
“진짜 이상한 부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요.”
 
 
“응.”
 
 
“……안아봐도, 돼요?”
 
 
한껏 발갛게 익은 얼굴로 미치루는 말을 맺었다. 긴토키는 정확히 3초 정도를 가만히 있다가, 회답을 내뱉었다.
 
 
 
“당신 누구야. 우리 미치루가 아니지!”
 
 
“…….”
 
 
곧장 제 정체를 의심하는(아마 장난이겠으나……) 긴토키에게 미치루는 조금 울 것 같은 표정 으로 말을 잃었다. 그 감정을 빠르게 읽어낸 긴토키는, 곧 울망거릴 듯한 그 눈을 바라보다가, 자신으로부터 먼저 미치루의 몸을 끌어안았다.
 
 
“농담이야. 이런 것 정도야 당연히 괜찮지.”
 
 
“……긴토키 씨는 바보예요.”
 
 
“키하라 씨로부터 매일 하는 소리라 타격이 없습니다.”
 
 
오랜만에 몸에 전해지는 타인의 온기에, 미치루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뺨을 타고 흐른 눈물은 긴토키의 셔츠의 어깨 부근을 진하게 물들여서, 비록 눈물로나마 그에게 흔적을 남겼다는 사실이 어쩐지 미치루는 너무나도 기뻐서……. 또, 긴토키 씨가 ‘우리 미치루’라고 불러준 것도 어쩐지 정말로 행복해서. 그렇게 땅거미가 지기 직전까지도 끌어안고 있다가, 슬 슬 내려가지 않으면 시야에 문제가 생길 시간대에 두 사람은 떨어졌다. 미치루는 언제나와 같 이 내일을 기약하며 문을 열었고, 긴토키는 그에 손을 흔들며 다시 소파에 드러누웠다.
 
 
그러나 달에는 떼구름, 꽃에는 바람. 실로 문학적인 이 표현은, 안타깝게도 성채의 작은 연정 에까지 해당하고야 마는 문장이어서…….
 
 
다음 날 미치루가 최상층의 문을 열면, 그곳에는 평소와 같은 더러운 소파나 천 따위가 마구 흩어져 있다. ……흩어져 있다? 미치루는 위화감에 옥상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다르다.어제와는 무언가 달랐다.
 
 
우선 긴토키가 없다. 단 한 번도 계단이나 밖에서 마주친 적이 없고, 언제 옥상에 방문해도 항상 그곳에 있는 것이 사카타 긴토키라는 남자였다. 그런데도,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이라고는 폐기물과 쓰레기, 그리고 붉은 자국……? 정말로 불길한 생각이 미치루의 머릿속에서 곧장 떠올랐다. 이런 성채에는 범죄 조직들이 자리잡고는 한다는, 상식에 가까운 기억. 그러나 아닐 것이다. 아니어야 한다. 미치루는 필사적으로 그렇게 믿으며 그의 흔적을 좇았다. 조금 더 안 으로 나아가면, 붉은 웅덩이가 간헐적으로 생겨나 있었다. 그것은 정말로 괴로운, 무엇보다도 무서운 가정에 근거를 실어 줄 뿐이다. 웅덩이에서 더 큰 웅덩이로 이동하고 있자면, 발밑에서 괴상한 촉감이 느껴졌다.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내려다본 미치루는 깜짝 놀라 발을 헛디딜 뻔했다.
 
 
 

DALBOM